필자는 10여 년 전 알코올 의존증(알콜 중독, alcoholism, alcohol use disorder) 진단을 받았습니다. 지금은 정신건강의학과로 과 명도 순화 되었고 사회 생활의 복잡성과 구성원 간의 경쟁 등 에서 오는 각종 스트레스, 우울감, 자괴감 등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 도움을 받는 것을 예전처럼 꺼려하거나 부끄러워하지 않는 추세입니다. 제가 이 진단을 받을 때만 하더라도 사회 분위기 상 정신과(정신건강의학과)출입을 한다는 것은 사회로부터 격리되어야 할 대상 즈음으로 여겨졌으므로 스스로 정신과를 찾아 의사의 도움을 받기까지는 상당한 용기와 결단이 필요했습니다.
필자의 그때 당시 나이는 35세 즈음으로 생각됩니다. 사회 구성원으로 사회생활을 한참 왕성하게 활동했던 시기였던지라 직장 동료 및 가족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려 됐던 것은 소문이라도 나서 직장 생활에 악영향을 미칠까 노심초사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신과를 찾은 이유는 술 문제로 인한 주변 사람과의 잦은 다툼, 규칙적인 생활의 어려움, 건강 상의 이유 등 사회생활에 있어 잃어야 할게 너무 많았으므로 꼭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밝은 미래를 생각하기 힘들다고 스스로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필자의 상에는 소주병만 보인다. 본인의 알코올 중독이 의심된다면 아래 'CAGE' 질문지로 꼭 체크해보고 필요시 정신의학과를 찾아 상담 받아보길 권한다.
알코올 중독은 철저히 자신을 망칩니다. 본인 뿐만 아니라 주의의 가족 동료들을 힘들게 하고 치료 또한 의지 만으로 극복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닙니다. 진단을 받은 지 10년은 넘었으나 필자는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술을 마십니다. 물론 그동안 약물 복용, 입원 치료, 관련 모임, 명상 요법 등 알코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원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방법으로 치료에 힘썼습니다. 이런 노력의 득인지 예전보다 훨씬 술에 대한 욕망은 많이 줄었고 술을 어느 정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겼습니다. 그러나 술을 끊었을 때 발생하는 금단 증세가 심해 약물 치료와 알코올을 조절하는 방법으로 현재 생활 하고 있습니다. 한참 술에 의존할 때에는 아침에 눈뜨자마자 물보다는 술을 찾았고 직장을 다니는 중에는 이를 숨기기 위해 비교적 알코올 냄새가 들한 술을 찾아가며 마셨고 가글 등의 방법으로 동료들의 눈치를 살폈습니다. 물론 아무리 신경 써 술 문제를 숨기려 했지만 알코올 냄새는 쉽게 지워지지 않습니다. 다행히 제가 다닌 회사의 대표 와 동료들은 필자의 사정을 많이 봐주었고 업무에 있어서는 나름 책임감 있게 꼼꼼히 처리하는편이라 직장 생활을 계속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하루 이틀도 아니고 이런 생활을 1년 2년 3년이 넘게 유지하기에는 건강 상의 이유로 몸이 따라주지 못했습니다.
필자는 이미 오래전에 직장 생활을 접었고 이 알코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신 병동에 입원까지 하게 됩니다. 약 6개월 정도 입원해 치료를 받은 기억이 있는데 제가 성인이 되어서 술을 끊었던 유일한 기간이 이 기간이었습니다. 입원해서 처음 2개월은 제 인생에 있어 그렇게 길었던 시간이 있었을까 여겨질 만큼 금단 증상으로 인한 고통은 말로 표현 할 수 없을 만큼 힘들고 어려웠습니다. 이 정신 병동에서 저와 비슷한 처지의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병원에서 있었던 여러 이야기는 앞으로 조금씩 포스트 할 계획이니 이쯤에서 끝내고 오늘의 주제인 자신이 알코올 의존증(알콜 중독)인지 간단한 방법으로 체크하는 방법을 소개드립니다.
알코올 문제와 관련된 여러가지 검사가 있는데 간단하게 자신의 상태를 체크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 검사를 'CAGE 질문지'(CAGE questionnaire)라고 합니다.
CAGE는 단 4문항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짧은 시간 자신의 음주 문제에 따른 심각도를 스스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문항 수는 적지만 많은 연구를 통해 입증된 신뢰할만한 질문지이니 너무 가볍게 보지 마시고 아래의 항목들에 해당되는지 체크해 보도록 합니다.
왜 'CAGE'라고 불리는지는 각 항목을 보면 바로 알 수 있습니다.
C - cut down : 술을 끊어야 하겠다고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있는지
A - annoying : 술로 인해 주변의 가족이나 누군가 에게 비난을 받아 본 적이 있는지
G - guilty : 술을 먹는 행위에 대해 죄책감을 느껴본 적이 있는지
E - eye opener :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술이 생각나 마시고 이런 행동이 일정한 패턴을 가지는지
결과를 해석하는 방법 또한 간단합니다. 해당되는 개수가 많을수록 알코올 문제가 심각함을 뜻합니다. 이 중 한 항목 이상 해당된다면 평소 알코올 습관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며, 두 항목 이상이라면 알코올 문제에 대해 도움이 필요한 상태라고 합니다.
특히, 마지막 항목인 eye opener는 우리나라 술 문화 중 '해장술'도 포함됩니다. 대개 음주 후에 밀려오는 금단을 피하기 위해 다시 알코올을 찾게 되는 것입니다. 위에서 말했듯이 저도 이 경우에 속합니다. 거의 알코올 중독의 마지막에 생기는, 눈 뜨면 술 먹고, 다시 자고 일어나 술 먹고 하는 반복 적인 패턴을 보입니다. 이 정도의 단계라면 반드시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하여 치료를 받아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위 CAGE 질문지에서 상당수 이상의 질문이 자신에게 해당된다면 혼자 너무 고민하지 말고 반드시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하여 필요한 도움을 받도록 합니다. 인정하기 싫겠지만 자신이 알콜 중독(알코올 의존증)임을 인정하는 순간, 치료는 이미 시작되고 있는 것입니다. 잦은 음주를 단순히 습관이라고 여기면 영원히 음주의 늪에 빠져나올 수 없습니다. 냉정하고 신중하게 자신을 다시 한번 돌아 보십시오. 특히 우리 나의 술 문화와 술에 대한 관대함이 이 알콜중독(알코올의존증) 환자를 계속 키우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상 입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