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기능 품은 가성비폰, LG Q9 [리뷰]
요즘 국내 스마트폰 시장은 양극화가 심하다. 애플 아이폰 XS 시리즈나 삼성전자 갤럭시 S / 노트 시리즈, 혹은 LG전자 G / V 시리즈와 같이 출고가가 100만원에 달하거나 넘는 프리미엄급 제품이 시장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20~40만원대, 혹은 그 이하로 팔리는 해외 직구폰을 선택하는 소비자들도 늘고 있다. 성능 아니면 가격, 한 곳에만 집중하는 이른바 '모 아니면 도'식의 구매 패턴이 대세라는 의미다.
반면, 그 사이의 이른바 중급형 제품은 상대적으로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프리미엄급 제품에 비해 성능이나 기능이 눈에 띄게 미흡한데, 해외 직구폰 만큼의 가격대 성능비를 제공하지도 못한다고 소비자들이 판단하기 때문이다. 특히 50~70만원대로 팔리는 기존의 삼성전자 갤럭시 A 시리즈나 LG전자 Q 시리즈 등이 주로 이런 평가를 받았다.
이에 대한 해결책은 의외로 간단하다. 중급형 제품의 성능이나 기능은 좀 더 향상시키고, 가격은 살짝 더 낮추면 된다. 다만, 상위 제품과의 판매 간섭 및 제조원가 상승을 걱정하는 제조사들은 이런 결정을 쉽사리 내리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에 출시된 LG Q9은 참으로 이례적인 제품이다. 프리미엄급에 상당부분 근접한 성능과 기능을 제공하면서 49만 9,000원의 비교적 합리적인 출고가로 선보였기 때문이다. 비용 지출을 최소화하면서도 고급 기능을 포기할 수 없는 까다로운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 만한 이 제품의 면모를 살펴보자.
G7의 동생? 어디서 본 듯한 디자인
LG Q9의 외형은 왠지 생소하지 않다. 화면 크기나 인터페이스(버튼, 단자 등)의 구성 등, 전반적인 디자인 요소가 작년 5월에 출시된 동사의 프리미엄급 제품인 LG G7 씽큐(이하 G7)와 유사하기 때문이다. 제품 두께도 7.9mm로 같다.
차이점이라면 G7의 좌측 하단에 있던 구글 어시스턴트(인공지능 비서) 실행용 버튼이 Q9에는 없다는 점, 그리고 G7에선 2개였던 후면 카메라를 Q9은 1개만 가지고 있다는 점 정도다. 이런 차이 때문인지 제품 무게는 162g에서 159g으로 아주 약간 더 가벼워졌다. Q9 역시 전용 버튼이 없을 뿐이지 구글 어시스턴트 기능 자체는 음성인식이나 화면 터치를 통해 실행할 수 있다. 참고로 해외시장에서 LG Q9은 'LG G7 Fit' 이라는 제품명으로 팔린다.
QHD+ 고해상도 IPS 디스플레이와 실키 매트 디자인의 조합
Q9의 화면은 6.1 인치 크기, 3120 x 1440(1440p) 해상도를 갖춘 IPS 기반 LCD 패널로 구성되었다. LG전자에선 이를 QHD+ 풀비전 디스플레이라고 칭하는데, 이 역시 G7과 같은 사양이다. 대부분의 보급형이나 중급형 스마트폰이 720p(HD급)이나 1080p(풀 HD급) 수준의 화면을 갖춘 것과 비교하면 확실히 우위에 있는 부분이다. 그리고 OLED가 아닌 LCD 패널을 이용하기 때문에 번인(같은 화면을 오래 켜 두면 해당 이미지의 잔상이 영구적으로 남는 현상)에서 자유롭다는 점 역시 장점이다.
그 외에 외부 충격에 강한 고릴라 글래스5 재질을 이용했으며, 화면 상단 일부에 파인 듯한 공간을 만들어 전면 카메라를 배치하는 노치 디자인(뉴 세컨드 스크린)을 적용한 점도 G7과 동일하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G7용으로 제조된 화면 보호 필름을 Q9에 붙여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만약 노치 디자인 화면을 선호하지 않는 이용자라면 설정 메뉴를 통해 이를 보이지 않게 지정할 수도 있으니 참고하자.
제품 컬러는 카민레드, 뉴 오로라 블랙, 뉴 모로칸 블루 3가지 중 하나를 고를 수 있으며, 후면에는 동사의 V40에 적용했던 실키 매트 디자인을 적용해 제법 고급스러운 무광 컬러를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내부적으로 IP68 등급의 방수방진 기능을 지원한다. 이는 1.5미터 물 속에서 30분 동안 견딜 수 있는 수준이다. 폰을 들고 물놀이를 하는 것 까진 추천하지 않지만, 비를 맞거나 세면대에 빠뜨리는 등의 일상적인 상황에선 충분히 대응이 가능할 것이다.
AI 지원 카메라 탑재, OIS 기능은 미지원
후면에 1600만 화소의 카메라(전면 카메라는 800만 화소), 그리고 LED 플래시 및 지문 센서가 1개씩 달려있다. 정지 화상은 최대 4640 x 3480 해상도, 동영상은 최대 3840 x 2160 해상도(UHD급) 까지 촬영이 가능하며, 1920 x 1080 해상도(풀 HD급) 모드에선 초당 60프레임으로 부드럽게 구동하는 동영상도 찍을 수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건 AI(인공지능) 카메라 기능으로, 이를 실행하면 피사체의 특성을 분석해 자동으로 최적의 색감 및 촬영 모드로 자동 조정한다. 피사체에 포커스를 맞추면 '식물', '동물', '시금치', '해조류', '정물' 등의 다양한 키워드가 자동 제시되며 피사체의 특성을 분석, 1~2초 후에 촬영 모드를 변경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유행하는 듀얼 카메라가 아닌 단일 카메라이긴 하지만 일상적인 이용에 불편은 없으며 화질 자체도 무난하다. 이보다는 G시리즈나 V시리즈 같은 프리미엄급 제품의 카메라와 달리, 광학식 흔들림 방지 기능(OIS)을 탑재하지 않은 점이 더 아쉽다. 이 때문에 빠르게 움직이는 피사체를 찍을 때나 야간 촬영 시에 G시리즈나 V시리즈 보다는 좀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대신 동영상 촬영 시에 도움이 되는 EIS(전자식 흔들림 방지기능)은 지원한다.
고속 충전 지원 USB-C 포트 및 고음질 솔루션 갖춰
외부 연결 포트는 USB 3.0(3.1 Gen1) 속도를 지원하는 USB 타입-C 규격이다. LG Q9에 적용된 USB 타입-C 포트는 단자의 방향에 상관 없이 꽂을 수 있어 편의성이 높으며 퀄컴 퀵 차지 3.0 규격의 고속 충전 기능도 지원한다. 경쟁사의 갤럭시 A6 / A7(2018년형)등이 구형인 마이크로 USB 포트를 탑재하고 고속 충전도 지원하지 않는 점에 비하면 확실히 우위에 있다. 무선 충전 기능까지 갖췄다면 보다 확실한 차별화가 되었을 텐데 아쉽게도 이는 지원하지 않는다.
사운드 관련 성능도 주목할 만 하다. LG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특기 중 하나로 자리잡은 하이파이 쿼드 덱(DAC, 디지털-아날로그 변환 회로)을 탑재하고 있으며, 사운드의 입체감을 향상시키는 DTS:X 3D 기술도 갖추고 있어 특히 헤드폰이나 이어폰 이용 시 음질이 상당히 뛰어나다.
내장 스피커는 1채널 모노 구성이라 헤드폰이나 이어폰을 이용할 때에 비해 아무래도 만족도가 떨어지긴 하지만 폰 자체가 울림통 역할을 하는 붐박스 기능에 대응하기 때문에 책상이나 상자 위에 올려 두면 울림이 표면으로 퍼지면서 음질이 좀 더 나아진다. 본격적인 A/V 스피커에 맞먹을 정도의 사운드는 아니지만 저가형 블루투스 스피커 정도는 대체가 가능할 것이다.
LG Q9 제품 패키지는 스마트폰 본체 외에 사용 설명서, 청소용 천, 유심 핀 및 고속 충전기(5.0V 1.8A / 9.0V 1.8A)와 USB-C 케이블, 그리고 크레신 EMB-LGE53 이어폰으로 구성되었다. 이 이어폰은 동사의 V40에 포함된 것과 같은 제품으로, 고음과 저음 사이의 균형 및 전반적인 표현력이 좋은 편이다. 그 외에 제품 상자 뒤편에 표시된 점선 부분을 자르면 붐박스 스피커용 상자로 쓸 수 있다는 깨알 같은 팁도 제공하고 있다.
성능 체험해보니
내부 사양도 눈길을 끈다. LG Q9은 퀄컴 스냅드래곤 821 프로세서 및 4GB 시스템 메모리(RAM), 그리고 64GB의 저장공간을 탑재하고 있으며, 마이크로SD 카드를 추가해 최대 2TB까지 저장공간을 확장할 수 있다. 전반적인 사양은 2018년형 프리미엄급 모델인 LG G7(스냅드래곤 845 프로세서) 보다는 약간 낮지만 2017년형 프리미엄 모델인 G6와는 매우 흡사하다. 쉽게 말해 LG Q9은 1~2년 정도 지난 프리미엄급 스마트폰의 성능을 기대할 수 있는 제품이다.
스마트폰의 성능을 측정할 수 있는 벤치마크 앱인 긱벤치4(Geekbench4)와 안투투 벤치마크(Antutu Benchmark)도 구동해봤다. 테스트 결과, 긱벤치4의 경우 단일코어 점수 1787점, 다중코어 점수 4119점으로 측정되었으며, 안투투 벤치마크는 총점 149470점으로 측정되었다. 예상대로 이는 G6와 거의 비슷한 점수이며, 경쟁사 제품과 비교하자면 삼성전자 갤럭시S7 정도가 이와 유사한 점수를 내니 참고하자.
모바일 버전 '배틀그라운드' 게임을 구동해보니 게임 자체적으로 기기의 성능을 측정해 '밸런스' 화질로 게임 품질이 자동 설정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 상태에서 끊김이나 느려짐이 그다지 없는 비교적 원활한 플레이가 가능했다. 성능적으로는 불만이 그리 없지만 발열은 다소 있다. 게임과 같이 많은 성능을 요하는 작업을 할 때 발생하는 발열은 어쩔 수 없겠지만, 웹 서핑 같은 일상적인 작업을 할 때도 곧잘 따뜻해지며, 와이파이 보다는 LTE를 통해 접속했을 때 이런 현상이 도드라진다. 이용에 큰 불편을 줄 정도까지는 아니라는 건 다행이다.
쓸 만한 배터리 효율, LG페이 지원에도 눈길
전원의 경우, 3000mAh 용량의 내장형 배터리를 탑재했다. 배터리 용량 수치 자체는 평범한데, 실제로 이용해보면 효율은 나쁘지 않다. 화면 밝기를 중간(50%)에 맞춘 상태에서 풀HD급(1080p) 급 화질의 유튜브 영상을 연속 재생해 보니, 배터리 잔량 100%에서 5%로 떨어지기 까지 약 6시간 45분이 걸렸다. 이 정도면 쓸 만 하다.
운영체제는 2019년 1월 현재 기준, 안드로이드 8.1(오레오) 버전이 탑재되었으며, MST(마그네틱) 기반 간편 결제 시스템인 ‘LG페이’를 지원한다. 시중에서 이용하는 대부분의 신용카드(일부 제외)를 여기에 등록할 수 있으며, 마그네틱 결제기를 갖춘 대부분의 점포(일부 제외)에서 무난히 결제가 가능하다.
LG페이와 비슷한 기능으로는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삼성페이를 들 수 있는데, 최근 삼성전자는 자사의 보급형(갤럭시 J시리즈)이나 중급형(갤럭시 A시리즈) 모델에서 삼성페이 기능을 생략하는 경우가 많다. LG Q9의 LG페이 기능이 한층 돋보이는 이유다. 그 외에 DMB 기능이 없는 대신 FM 라디오 수신기능을 탑재했다.
최소한의 비용으로 프리미엄폰의 '맛' 좀 볼까?
LG전자 Q9은 상당히 절묘한 밸런스를 갖춘 제품이다. QHD+ 해상도 및 하이파이 쿼드 덱, 방수방진, LG페이, USB 타입-C 포트 등 프리미엄급 스마트폰에 어울리는 기능을 다수 갖추고 있으면서 출고가는 49만 9,000원으로 저렴한 편이다(SKT, KT, LGU+ 3사 출시). 내부 사양은 자사의 전 세대 프리미엄급 제품인 G6에 가깝지만, 외부 디자인이 신형인 G7의 그것을 거의 그대로 가져왔기 때문에 외형적으로도 저렴하다는 느낌은 그다지 들지 않는다.
물론 그렇다 하여 LG Q9이 최신 프리미엄급 스마트폰과 완전히 대등하지는 않다. 최근 유행하는 듀얼 카메라나 트리플 카메라가 아닌 단일 카메라(후면)를 탑재하고 있다는 점이나 카메라가 광학식 흔들림 방지기능(OIS)에 대응하지 않는다는 점, 무선충전 기능을 미지원한다는 점 등은 상위 제품과의 차이를 느끼게 한다. 하지만 제품의 전반적인 구성이나 가격, 디자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볼 때 LG Q9의 가격대비 성능은 상당히 높다고 평가할 만 하다. 최소한의 비용으로 프리미엄급 스마트폰의 ‘맛’을 좀 보고 싶은 알뜰파 소비자라면 LG Q9을 눈 여겨 보자.
원문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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